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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하지 않은 리얼리티" – 시뮬레이터가 재현하지 못하는 것들

🎯 "완벽하지 않은 리얼리티" – 시뮬레이터가 재현하지 못하는 것들

시뮬레이터에서 RAM AIR

항공기 조종사는 정기적으로 **Full Flight Simulator(FFS)**에서 훈련을 받는다. FFS는 국제 기준(Level D)까지 충족하는 고급 장비로, 실제 조종석과 동일한 스위치 구성, 화면, 경고 시스템을 탑재하고, 6자유도 모션 플랫폼을 통해 이륙, 착륙, 난기류, 기체 이상 등 거의 모든 비행 상황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정교한 시스템조차도 재현하지 못하는 현실의 요소들이 있다. 이 글에서는 그런 제한점과 그로 인한 훈련의 주의점, 보완 방법에 대해 살펴본다.


🔹 시뮬레이터의 구조적 한계

1. 지속적인 가속/감속의 체감 부족

시뮬레이터는 실제 항공기처럼 전진하지 않는다. 가속 느낌은 모션 플랫폼을 뒤로 기울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감속은 반대로 기수를 내리듯 앞쪽으로 기울여 만든다. 이는 사람의 평형감각계가 기울기와 가속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착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단지 수 초 동안의 착각일 뿐, 지속적인 속도 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하중 느낌은 구현이 불가능하다. 실제 이륙 가속처럼 수초 이상 등받이에 눌리는 감각은 시뮬레이터에서는 느낄 수 없다.

2. G-Force 및 비정상 자세 하중 재현 불가

실제 항공기가 급상승하거나 급강하할 때 조종사에게 작용하는 **중력가속도(G-force)**는 시뮬레이터에서 구현할 수 없다. 모션 플랫폼이 움직이는 범위는 수십 cm 수준으로 제한되며, 구조적 안정성을 위해 일정 이상의 속도 또는 기울기를 줄 수 없다. 따라서 Stall 상황에서의 하강 후 회복, 급회전이나 overspeed 후의 buffeting, 급제동 시 관성력은 실제보다 훨씬 약하게 느껴지게 된다.


🔹 인지·심리적 요소의 차이

3. 실제 위기 상황의 긴장감은 재현되지 않는다

비행 중 Engine Fire, Smoke, TCAS RA, Dual ADR, APU Fire 등 다양한 비상 상황은 시뮬레이터에서 시나리오로 구성된다. 조종사는 절차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훈련 상황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경고음과 진동은, 실제 비행 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문제에서 느끼는 심리적 충격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 비행에서는 예기치 못한 경고음에 즉각적인 당황, 부정, 침묵, 말실수가 발생하지만, 시뮬레이터에서는 이러한 ‘혼란의 감정’을 충분히 유도하긴 어렵다.

4. 기체 손상과 기체 반응의 미세한 차이

예를 들어, Slat/Flap 비정상 전개나 한쪽 브레이크 고장 같은 상황은 실제 기체에서의 비대칭 하중, 기체 떨림, 진동음을 수반할 수 있지만, 시뮬레이터는 이에 대한 진동·소음·기류 표현이 제한적이다. 조종사는 오직 시각적 PFD 정보나 ECAM 메시지로 문제를 인식해야 하며, 실제 체감되는 진동이 없다는 것은 비정상 상태 인식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지상 환경 재현의 한계

5. 지상 활주 중 피드백 제한

랜딩 후 Runway Surface 상태, 물이 고인 활주로의 수막현상(Aquaplaning), 바람에 따른 Nosewheel Steering의 반응 등은 시뮬레이터에서 구현이 매우 제한적이다. 실제 지상에서는 조종간의 진동, 기체가 도로를 벗어날 때의 소리와 충격 등 다양한 감각 정보가 있는데, 이는 시뮬레이터의 수평 움직임 제한 때문에 체감할 수 없다.


🔹 정비/운항 연계 제한

6. 항공기-정비 시스템 연계 단절

실제 운항에서는 조종사가 발견한 고장을 Tech Log에 적고, 정비사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조치 후 MEL에 따라 Dispatch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시뮬레이터에서는 Maintenance-Dispatch 프로세스가 생략되기 때문에, 조종사는 절차는 익히지만 현장적 흐름 이해도가 낮아질 수 있다. 예: "L/G SHOCK ABSORBER FAULT"가 발생했을 때 MEL 항목 검토와 기체 교체 가능성에 대한 판단 훈련은 어렵다.


✈️ 결론 – 실전은 다르다, 그래서 더욱 절차에 충실해야

시뮬레이터는 조종사 훈련에 있어 필수적이며, 실제와 유사한 고품질 훈련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G-Force의 지속성, 불규칙한 기체 반응, 긴장감, 지상 피드백, 정비 연계 등의 측면에서는 불완전한 훈련 도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조종사는 항상 다음을 의식하며 훈련에 임해야 한다:

  • “현장에서는 더 복잡할 수 있다.”
  • “절차에 대한 이해 없이 감각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 “기체 반응이 없다고 실제 상황도 그렇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절차와 규정 숙지가 더욱 중요해지고, 실전에서도 흔들림 없는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보완 학습과 시나리오 반복 훈련이 필요하다.
진짜 위기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오며, 시뮬레이터는 그 위기를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불완전하지만 가장 강력한’ 훈련 도구다.